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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앨범] Wild World - 2016




 2013년 앨범 'Bad Blood'와 싱글 [Pompeii]로 등장했던 신인 바스틸[각주:1](Bastille, 표기는 BΔSTILLE로 한다)이 3년 만에 새 앨범 'Wild World'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사실 돌아온지는 꽤 되었기는 하지만.) 데뷔작 'Bad Blood'가 꽤나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2014년 브릿 어워드 최우수 신인상도 받으며 바스틸은 현시대 브릿팝의 왕자라거나 차세대 콜드플레이(Coldplay) 등으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다. 과연 1집만큼의 그 인기를 다시 끌 수 있을까?



'Wild' world


 다른 여느 현대 뮤지션들처럼 바스틸도 몇몇 곡들(보통은 싱글 커트되는 곡)의 뮤직 비디오를 유튜브에 공개하는데, 항상 뮤직 비디오의 퀄리티에 어마어마한 공을 들이는 것 같다. 항상 볼 때면 잘 만든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음악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뮤직 비디오와 같이 음악 외의 세세한 부분들도 항상 신경 써서 준비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이번 앨범 'Wild World[각주:2]'에서는 네 곡, [Good Grief], [Send Them Off!], [Fake It], [Blame]의 뮤직 비디오가 공개되었다. 그 중 첫 곡 [Good Grief]에서는 전화를 거는 리드 보컬 댄 스미스(Dan Smith)의 모습과 함께 불타는 집, 어디론가 달려가는 남성, 은행 강도, 퀴즈 쇼에서 우승을 한 여성, 드럼을 치는 여성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보이지만 노래가 진행됨에따라 하나 둘 씩 섞여지기 시작하고 결국엔 엉망진창인 콜라주를 만든다. 전화를 거는 댄 스미스의 모습만 그대로 남는데, 아마 그가 꾸는 꿈이거나 그가 본 환상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싶다. [Good Grief]은 2집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끄는 곡이자 싱글 커트되어 빌보드 13위에 오른 곡이다. 1집의 사운드와 유사하지만 약간 더 무거워진 분위기와 느낌을 들려준다. 내용은 그 밝은 분위기와 상반되게 슬픈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좋은 슬픔[각주:3]이라는 역설적인 제목을 만든 것은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잃어버린 사람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작의 [Pompeii]처럼 중독적인 멜로디를 담고 있다.


 [Send Them Off!]에서는 이상한 사슴 뿔을 머리에 단 누군가에게 쫓기는 한 남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쫓기며 빈 교회, 클럽,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사람들 등의 모습들이 비쳐진다. 가사는 '너와 함께 있을 땐 너 말고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기에, 나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악마를 내쫓아달라'라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거의 그대로 뮤직 비디오에 담은 것 같다. 머리에 사슴 뿔을 한 누군가의 모습이 악마처럼 보일 정도로 섬뜩하게 등장하니 말이다.


 [Fake It]는 앞의 곡들과는 다르게 차분하고 슬픈 느낌의 곡으로, 여기서는 아나운서처럼 보이는 한 남성의 모습이 등장한다. 표정이나 배경이 노래에 맞춰 다양하게 변하다가 끝이 난다. [Blame]은 물을 통해서 어떠한 영적인 경험을 느끼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런 뮤직 비디오들은 세상의 '거칠어 보이는' 면들을 그려내고 있다. 1집에서의 세상보다 더욱 거칠고 야생의 것으로 돌아가는 듯한 분위기이다. 뮤직 비디오가 제목의 'Wild' world라는 말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주는 것 같다.



Wild 'World'


 댄 스미스는 한 인터뷰에서 이 앨범을 두고 다음과 같은 말[각주:4]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각을 담은 앨범이다. 각박하고 거친 세상이지만 사람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실제로 앨범 여기저기에 이러한 시도를 보인다. 앨범 커버에서는 위험하게 높은 건물의 난간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모습이 앨범의 분위기와 꼭 맞는 앨범 커버라고 하였다.) 앨범의 제목인 'Wild' world라는 말 또한 그렇다. 바스틸은 [Good Grief]나 [Send Them Off!] 등에서 영화의 다양한 부분들을 샘플링해서 쓰기도 하고, [An Act Of Kindness]나 [Power] 같은 곡들에서 일렉트로닉 / 신디사이저의 사운드를 섞어 1집보다 넓어진 음악적 영역을 보여주려는 시도를 한다. 전반적으로 이런 사운드가 대범해지고 자신감이 넘치며 힘차다. 아마 이런 사운드들이 만들어내는 야생적인 느낌을 통틀어 'Wild'라는 말로 표현을 한 것 같다. 


 다만 이런 시도가 과연 성공적이었을지에는 약간의 의문이 남는다. 이 앨범이 'world'를 표현하는 건 성공했을지 몰라도 'wild'한 느낌은 적다. 이 앨범에서 바스틸이 보여주는 세상은 확실히 넓어졌다. 사운드적인 면이나, 가사를 통해서 보여주려는 것들이나 전작 'Bad Blood'에 비해서 확실히 넓어지고 풍성해졌다. 다만 이걸 'Wild'하다고 표현할 수는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부터 이런 음악을 해서 그런지는 잘 몰라도, wild하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는다.


 나는 이 앨범을 오히려 wild하다기보다는 그들의 음악 세계를 확장시키고 그것을 공고히 하는 앨범이라고 평하고 싶다. 'Bad Blood'에서 보여줬던 그 꽉 찬 사운드, 허스키하면서 청량한 보컬, 중독적인 특유의 후크(hook) 등이 보다 깔끔해지고 넓어지고 단단해져 돌아온 앨범이다. 이 앨범은 그들이 생각하는 세상의 모습을 음악적으로 표현해낸 앨범이며, 바스틸이라는 밴드의 색을 더욱 진하게 해서 돌아온 앨범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Wild World라는 제목에서 Wild 부분보다는 World라는 부분에 조명을 비추고 싶다. 바스틸이 보는 세상을 담아낸 앨범, 'Wild World'.



짧은 마무리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앨범이 조금 길어 한 번에 다 듣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들의 색이 확고하고 각각의 곡들이 좋기는 하나 앨범 전체를 두고 만들었다기 보다는 곡 하나하나에 신경써서 만든 느낌이라 앨범 전체를 들을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 적다. 물론 굳이 그래야만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느낌으로 14곡 50분으로 앨범을 내는 뮤지션이 많을까 싶다. (더구나 디럭스 에디션이면 19곡이고 시간도 1시간을 넘긴다.) 몇 곡을 조금 쳐내거나 곡들의 길이를 약간씩만 줄여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청자의 집중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지금 한창인 밴드가 자신의 색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면 참을만한 과정이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이들이 얼마나 더 커질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여담으로, 밴드의 이름 Bastille은 프랑스 혁명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되는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에 나온 그 바스티유이다. 리드 보컬인 댄 스미스(Dan Smith)의 생일이 바스티유 습격 기념일인 7월 14일이라 밴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게임 캐릭터도 이름 짓기 힘든데 밴드 이름은 얼마나 짓기 어려울지...) 큰 의미 안 가지고 지은 이름치고는 참 멋있게 잘 나온 것 같다. 








Coming Up Next....


풀이 가득 덮힌 기름진 땅이 나온다길래 죽을똥 살똥 왔는데 여긴 아무 것도 없잖어...





  1. Bastille은 영어식으로 읽어서 '바스틸'이라고 읽는다. 리드 보컬 댄 스미스가 인터뷰에서 딱 정해줬다. [본문으로]
  2. 이 앨범의 제목은 [Warmth]라는 곡의 가사에서 따왔다. "Hold me in this wild, wild world. Cause in your warmth I forget how cold it can be."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본문으로]
  3. Good Grief는 관용어구로 '맙소사', '세상에'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본문으로]
  4. 많은 매체에서 이 말을 인용하고 있으나 원래 인터뷰했던 곳은 찾을 수 없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