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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앨범] Slippery When Wet - 1986




 누가 뭐래도 헤비메탈의 전성기는 1980년대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하자면 80년대 후반부터 너바나(Nirvana)의 등장 전까지. 지금도 어마어마하게 두텁고 튼튼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장르라 전성기를 논하기에 애매할 것도 같지만, 이 즈음에 메탈이 가장 성공적인 장르였다는 것은 쉽게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메탈이 이토록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팝 메탈'이라는 장르로의 확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의 메탈에서 팝적인 요소들, 가령 대중적이고 잘 들리는 멜로디를 추가한다거나 뮤지션들이 꾸미고 무대에 등장한다거나 하며 대중성을 가미해 탄생한 메탈이 팝 메탈이다. 글램 록과 유사한 부분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영어로는 글램 메탈이라고도 한다. 존 레논(John Lennon)의 표현[각주:1]을 빌리자면 이들은 '립스틱을 바른 메탈(Metal with lipstick on)'이었다.


 

팝 메탈의 전성기를 이끌다


 필자가 음악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 알고 있던 해외 팝송은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봤자 텔레비전에서 배경 음악으로 나오거나 노점상 같은 데에서 파는 '추억의 팝송 베스트 100' CD와 같은 것에서 얼핏얼핏 들어본 노래들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본 조비(Bon Jovi)의 노래는 꽤 알고 있었는데 (그래봤자 손에 꼽을 정도지만) 이는 그만큼 이들의 음악이 인기가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특히나 이 앨범 'Slippery When Wet'의 수록곡 중에서는 두 개나 안다. [You Give Love A Bad Name]과 [Livin' On A Prayer]가 바로 그것들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알던 두 노래는 모두 빌보드 1위에 오른 적이 있던 곡들이기도 하고 본 조비의 3집 'Slippery When Wet'의 수록곡들이었다. 음악에 문외한이었던 나도 그 넓고 넓은 음악 중에서 두 곡이나 알 정도였다면 당시 이 앨범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실제로 빌보트 앨범 차트에서 8주간 1위를 했고, 미국에서만 천 2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1987년 가장 많이 팔린 앨범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머나먼 타지였던 한국에서도 그 인기가 전해질만 하다.



 기존의 메탈 밴드들은 그들의 사운드처럼 거칠고 마초적인 이미지를 앞에 내세웠었다. 제법 추운 날씨에도 웃통을 벗고 공연하시는 메탈리카Metallica와 같은 밴드들이 생각이 난다. 또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밴드들도 많았다. 에디(Eddie)나 빅 래틀헤드(Vic Rattlehead)와 같은 해골들을 앨범 커버에 걸어놓는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이나 메가데스(Megadeth)와 같은 밴드들처럼 말이다. 뭐, 메탈의 시조격인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도 '검은 안식일'이라는 이름으로 밴드 이름을 짓기도 했고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은 박쥐를 뜯어먹기도 했으니 헤비메탈의 장르적 특성이라고 할만도 하다.


 그러나 본 조비는 기존의 메탈 밴드들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마초적이고 공격적인 이미지부터 벗었고, 어두웠던 기존의 메탈 이미지가 아니라 밝고 희망찬 느낌으로 시작했다. 기타의 리프보다는 멜로디에 보다 중점을 뒀었고, 신디사이저를 추가함으로써 당대 한창 유행하던 신스팝과 같은 사운드도 조금 첨가했다. 노래 가사도 기존 팝 음악에 가까워졌다. 변해버린 너의 사랑이 사랑이라는 것을 불명예스럽게 만들었다는 내용의 [You Give Love A Bad Name]이나 힘들게 먹고 사는 상황이지만 서로의 사랑으로 극복해낸다는 내용의 [Livin' On A Prayer][각주:2]과 같은 것의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겠다.

 


 'Slippery When Wet' 앨범을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Let It Rock], 빈 공간에 울려퍼지는 화려한 키보드 음으로 앨범의 문을 연다. 이어서 본 앨범에서 가장 먼저 싱글 커트되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달성했던 [You Give Love A Bad Name]와 다음으로 커트되어 1위를 차지한 [Livin' On A Prayer]이 등장한다. [Livin' On A Prayer]은 특이하게 토크 박스(Talk Box)라는 악기를 사용했는데, 기타의 이펙터에 고무호스를 달아 입으로 연결해 입으로 '우와우워우오오오'하는 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든 이펙터의 일종이다. 곡 내내 등장하는 특이한 소리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다. 도입부가 아주 인상적인 ^^... [Social Disease]도 나온다. 다음으로 [Wanted Dead Or Alive]라는 곡이 나오는데 노래가 마치 흑백 영화 시절 미국 서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바람 소리와 12현 기타의 소리와 같은 사운드적인 면이나, 자기를 카우보이라고 소개하는 노래 가사와 현상금 수배지를 연상시키는 제목 등 내용적인 면에서도 누가 봐도 딱 서부 영화의 한 부분이다. 이 외에도 힘찬 발라드 노래인 [Without Love]와 부드러운 발라드 노래인 [Never Say Goodbye] 등, 10곡 42분으로 된 앨범이다.



 이런 본 조비의 모습들은 기존의 헤비메탈 팬들에게 반감을 사기도 했었고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평단에서 잔뜩 받기도 했었다. 음악적으로나 추구하는 방향으로나 실제로 기존의 메탈과 거리가 있기도 했고 대중적으로 잘 팔릴만한 요소들을 많이 집어넣어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충분히 비판 받을 법한 일들이다. 그렇지만 이랬기에 본 조비만이 가능했던 일들이 있었다. 이 앨범은 그 뿌리는 헤비메탈이었지만 팝적인 요소가 다분했기에 기존의 팝 음악 팬들도 쉽게 끌어들일 수가 있었고 덕분에 헤비메탈이라는 장르로의 팬 유입이 많아져 팝메탈의 전성기를 불러오는 계기가 되었다. (쉽게 말해 이 앨범이 헤비메탈의 '입문용' 음반이 되기에 충분했다는 뜻이다) 또한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상업적이라고만 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야할만한 이유도 딱히 없다.




짧은 마무리


 분명 내 글을 보고 화가 난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본 조비를 헤비메탈이라고 하는 거지?'라든지 '이런 상업적인 밴드를 옹호하다니...!'와 같은 식으로 말이다.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이해는 하는 부분이지만 나는 그래도 본 조비를 훌륭한 메탈 밴드라고 생각한다.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이 제일 좋은 음악 아니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본 조비는 충분히 훌륭한 밴드이고 이 앨범은 꽤나 준수한 앨범이라 생각한다.









Coming Up Next....


플라스틱 세상, 풍선만 불어대네...






  1. 글램 록의 대표주자인 지기 스타더스트한테 "It's just rock n roll with lipstick on." 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본문으로]
  2. 힘겨운 삶이지만 기도하며 살아가자(Livin' on a prayer), 어려운 삶을 이겨내자라는 의미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