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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토리텔링 게임 Gone Home 이야기

1995년 7월 7일 새벽 1시 15분, 플레이어인 당신은 1년 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가족들의 따스한 환영을 받는 대신 텅 빈, 쓸쓸하고 어질러져있는 집을 발견하게 된다. 도데체 당신의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또 다들 어디로 가버린걸까? - Gone Home 게임 설명



게임 웹진 Polygon 에서 10/10 평을 받고난 후 근 한 달간 메타스코어로써 흥행을 강하게 암시했던 게임이다.


이 게임은 '전투도 없고, 퍼즐 요소도 없다' 하고 당당하게 밝히면서 출시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대중적이면서 심도있는 파격적인 스토리로 강렬하게 휘어잡겠구나!' 따위의 예상을 했으나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본편의 스토리를 다룹니다.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플레이어는 집의 문 앞에서 시작한다.


게임의 주 목적은 가족들이 사라진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고, 이는 여동생이 수개월 전 부터 집에 남겨둔 편지를 토대로 유추해낼 수 있다.


집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습득한 편지에 따라서 다음 목표가 열리므로 순서가 꼬인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


전반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플레이어의 여동생은 학교에서 또래의 여자아이와 락 콘서트를 다니고, 같이 스트리트 파이터를 하는 일탈(1995년이 배경이기 때문에)을 저지르며 사이 좋게 지내다가 단순한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갖고 상대를 바라보는 자신이 됬음을 깨닫게된다.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으면서 연애에 성공하게 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플레이어의 여동생은 그만 부모님께 교제 사실을 들키게 된다. 게다가 연인이 그녀의 장래희망이었던 ROTC 입대에 성공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이별을 기약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녀와의 마지막 밤을 눈물로 지새우며 그 다음 날 결국 떠나보내지만, 'ROTC 캠프로 향하는 버스에서 네 생각이 자꾸나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바람에 뛰어내려버렸다. 내가 지금 차를 끌고 그 쪽으로 갈테니 나와 함께 먼 곳으로 떠나자.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는 먼 곳으로 떠나버리자' 는 전화를 받고서는 정말로 함께 어딘가로 떠나버린다. 마침 부모님이 함께 여행을 떠나서 탈출하기에는 완벽한 타이밍이였으리라. 


결국 플레이어가 집에 도착한 7월 7일 새벽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여동생은 7월 6일에 집을 나가고 부모님은 여행을 떠나셨기 때문이라고 정리 할 수 있다. 



- Positive

스토리텔링 게임이야 매 번 많이 나온다고 쳐도, 직접적으로 동성애 코드를 메인으로 달고 나온 게임은 Gone Home 이 처음인 것 같다.


'1990년대, 보수적인 사회 풍조' 설정이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강조해서 표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작 중 인물(여동생)이 남겨둔 자취들을 따라가면서 스토리를 조합해나가는 방식이 잘 다듬어져있다. 물론 일지를 수집해서 스토리를 파악하는 방식은 많은 게임에서 애용되었지만 특히 이 게임은 일지가 놓여져 있는 위치, 그곳의 환경 따위의 시작적인 측면부터 소리 효과 따위의 청각적인 요소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웨이포인트마다의 특색을 자연스럽게 살려냈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면서 게다가 집 안은 불도 다 꺼져있어서 어둑어둑하고 옷부터 먹거리까지 누군가의 습격을 받은 것 처럼 마구 어질러져있다. 이러한 호러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집안을 탐색하는 일이 지루하지 않았다. 겁을 잘 먹는 필자로써는 새로운 장소를 탐색할때마다 '데드 스페이스'에서 느꼈던 스릴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모든 일지는 영어 더빙까지 되어있다. 감정이 실린 연기 덕분에 스토리에 이입하기 더욱 더 쉬울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더빙이다.



- Negative

너무 단편적인 스토리다. 바이오쇼크 시리즈에 관여했다는 그런 시나리오 라이터들이 뻔한 연애 이야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내용 밖에 써내려가지 못했는가. 특징적인 부분이라면 동성애 코드에 입각하여 써내려간 스토리 정도 밖에 없다.


보여지는 그래픽에 비해서 최적화가 심하게 안되어있다. 집의 주 재료인 나무의 질감이 환상적으로 묘사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광원 관련 묘사가 빼어난 것도 아니고, 텍스쳐가 초고해상도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전체적인 소감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처럼 무거운 분위기의 스토리 테마도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슴을 울리는 감성적인 테마도 못지 않게 사랑하는 나에게는 정말 좋은 게임이었지만, 이 게임이 정말 19.99달러의 가격표를 붙이고 나와도 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된다. 개인적으로 그 정도의 스토리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일지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잘 활용했지만, 이 게임을 하는데 20달러를 내라면 글쎄...


소재나 배경 설정 때문에 자칫하면 공감하는 사람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 인디 작품의 다듬어지지 않은, 할 말은 다 하는 그런 면모를 상당하게 좋아하긴 하면서도 좀 더 범용적으로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바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