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앨범] Peter, Paul And Mary - 1962




 최근 몇 앨범 리뷰가 굉장히 귀에 부담이 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ソルファ', 'Toys In The Attic', 'My Generation', '서울불바다'까지 전부 치고 박고 달리기만 하는 음악들이었다. 이들 음악이 나쁜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지나치게 한 쪽으로만 치우쳐서 음악을 듣는 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근 며칠간 귀가 지나치게 피로해진 관계로 데시벨을 꽤 낮춰야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심신의 안정을 찾아주는 편안한 음악의 리뷰를 할 것이다.



Peter, Paul And Mary


 미국에서 포크 음악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1950년 즈음이었다.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의 뒤를 이어 더 위버스(The Weavers)나 킹스턴 트리오(The Kingston Trio)와 같은 뮤지션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포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였고 곧 'Contemporary Folk Music'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다. 이윽고 1960년이 지나면서 포크는 정점을 찍게 되었다. 밥 딜런(Bob Dylan)이라는 혜성 같은 신인이 등장한 것이 이즈음이고, 오늘 소개할 앨범 'Peter, Paul And Mary'를 발매하며 데뷔한 혼성 포크 트리오 피터 폴 앤 매리(Peter, Paul And Mary)가 등장한 것도 이 때였다. 브리티시 인베이전이 시작하기 전까지 미국의 음악 시장은 포크가 주름잡고 있었다.


 한국으로 치자면 철수, 민수와 영희 정도로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이름[각주:1]을 가진 이들의 본명은 각각 피터 야로우(Peter Yarrow), 폴 스투키(Paul Stookey), 매리 트래버스(Mary Travers)이다. 보스턴과 마이애미 등지에서 왔던 그들은 알버트 그로스만(Albert Grossman)이 주최했던 오디션에 참가하고 합격해서 피터, 폴 앤 매리라는 이름의 그룹을 만들게 되었다.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한 라이브 카페에서 공연하던 그들은 결성된 다음 해인 1962년 기념비적인 데뷔작인 'Peter, Paul And Mary'를 발매하게 된다. 


 'Peter, Paul And Mary' 앨범은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7주간 1위를 했고 미국에서 2백만 장 이상을 팔며 더블 플래티넘 앨범 인증을 받고, 1963년 그래미 상을 두 개나 타게 된다. 이 앨범 직후의 싱글 [Puff, The Magic Dragon]도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며 1960년대 포크 음악의 중심에 위치하게 된다.


 당대 많은 포크 뮤지션들이 그랬듯 이들은 다른 포크 음악가들과 같이 베트남전 참전 반대 시위 등 각종 시위에 참가하며 평화를 바라는 노래를 불렀다. (우리나라 7080 세대의 포크 음악가들이 후일 민중가요를 부르며 저항 운동을 했던 것과 겹쳐보이는 부분이다.) 특히 1963년 8월 28일 워싱턴 기념비 앞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평등과 평화를 노래한 집회였던 'March On Washington[각주:2]'에 참석하여 'If I Had A Hammer'과 'Blowin' In The Wind'[각주:3]라는 곡을 부르기도 하였다.  



경제적인(?) 음악


 그들의 이름만큼이나 친근하고 포근한 음악을 했던 피터, 폴 앤 매리의 라이브 영상을 보면 무대가 썰렁할 정도로 간단하다. 이들이 쓰는 마이크와 기타 외에는 아무런 추가적인 장비도 없는 것 같다. 이들은 오로지 통기타와 목소리만을 가지고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했었기에 그렇게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았다. 보통은 피터와 폴이 통기타를 들고 마주본 상태에서 연주하며 노래부르고 둘의 사이에서 매리가 그들과 같이 노래를 했었다. 비록 그들의 무대는 작았지만 통기타와 이들의 화음에서 나오는 소리가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기엔 넉넉한 공간이었다.


 이들은 포크 음악 하는 뮤지션이었다. 포크라는 음악의 특성상 그들은 오직 기타 두 대와 목소리 세 개라는 최소한의 소리를 이용해 최대한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다양하고 풍부한 사운드라든지 복잡하고 정교한 리듬 등을 요구했던 것이 아니었기에 자연스럽게 음악의 화음과 멜로디 부분이 강조되었으며 노랫말도 꽤나 비중이 커지게 되었다. 어찌보면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최소한만을 남겨놓고 최대한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가장 경제적인(?)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가볍게 퉁기는 빠른 박자의 [Early In The Morning]으로 앨범이 시작한다. 폴 스투키의 작곡으로 신께 도움을 구하는 한 사람의 독백이다. 이 앨범 수록곡 중에서 [This Train]과 함께 가장 강하고 힘찬 곡이 아닐까 싶다. 


 다음 곡인 [500 Miles]는 국내에서 꽤 유명한 노래이다. 헤디 웨스트(Hedy West)의 원곡을 커버한 것이다. 미국 정통 포크에 가까운 원곡과는 다르게 아름다운 화성을 강조한 느린 곡으로 편곡되었다. 이별을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와 집에서 멀리 있지만 돈이 없어 돌아갈 수 없는 유랑자의 슬픔을 노래한 곡이다. 매리 트래버스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다.


 이외에도 나무도 예쁘고 꽃도 예쁘지만 그 열매는 셔서 먹기 힘든 레몬에 사랑을 비유한 [Lemon Tree], 빌보드 차트 10위까지 올랐던 [If I Had A Hammer], 똑딱거리는 기타 사운드와 부분 2부 합창을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곡 [Bamboo] 등, 아름다운 포크 송들이 다수 포진해는 예쁜 앨범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할만 한 것 같다.



짧은 마무리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피터 야로우의 부드러운 고음과 폴 스투키의 낮고 따뜻한 저음, 그리고 매리 트래버스의 아름다운 목소리 세 개가 만들어내는 조합은 실로 아름답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화음'이라는 것이 본디 어떤 것인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적어도 이들의 노래를 듣는 도중에는 다른 생각이 아무 것도 들지 않고 오로지 이들의 화성과 멜로디에만 집중하게 된다. 비 오는 날 이 앨범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창 밖을 바라보고만 싶은 기분이 든다.


 33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앨범이고 음악 자체가 워낙 조용하고, 따뜻하고 부드럽기에 아무 때에나 부담 없이 틀 수 있는 음악이다. 33분 동안 체험할 수 있는 황홀경이라니, 참으로 경제적인 음반 아니겠는가.








Coming Up Next....


I love you Jesus Christ... Jesus Christ, I love you, yes I do....





  1. Peter, Paul, Mary는 정말로 흔한 이름들이다. [본문으로]
  2.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참석하여 그 유명한 연설인 'I Have A Dream'을 했던 역사적인 그 집회이다. [본문으로]
  3. 참고로 이 곡의 원작자인 밥 딜런도 이 집회에 참석했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