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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앨범] My Generation - 1965




브리티시 인베이전과 더 후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라고 부르는 그 시기에 미국을 말 그대로 '점령'한 뮤지션이 하나 있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비틀스(The Beatles). 1964년도에는 30주, 1965년도에는 24주 동안 빌보드 넘버 1 앨범 차트를 점령했고 싱글은 각각 18주와 12주 동안 Hot 100 차트 1위를 차지했었다. 특히 1964년도 4월 4일에는 Hot 100 차트에서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비틀즈의 노래였었다. 이러한 차트 성적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무후무한 실적이다.


 영국 출신 밴드 중 2인자의 자리에는 바로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가 있었다. 비틀즈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나 준수한 실적을 올렸었으며, 아직까지도 활동 중인 팔팔한 롱런 밴드이다.


 그리고 이런 브리티시 인베이전을 설명할 때 항상 그 다음에 오는 밴드가 하나 있다. 만년 2인자도 아니고 3인자의 자리에 있던 그 밴드가 바로 오늘 소개할 더 후(The Who)이다. 비록 앞의 두 밴드에 가려 그 화려했던 과거가 어느 정도 빛을 잃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누누히 얘기하건대 차트 성적은 음악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두 밴드가 대중 음악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을 때 이들은 락 음악계 안에서 거대한 물줄기의 흐름을 바꾸던 선구자였다. 



 비틀즈의 음악은 초기에는 로큰롤을 기반으로한 머시비트였다가 후기로 갈수록 사이키델릭한 색채가 강해졌다. 초기 모드족의 그 단정했던 차림새는 어디로 가고, 1969년 애비로드 앨범 촬영 당시에는 4명의 고행자들만이 있었다. 그들은 8년 간의 고된 여정을 마치고 밴드를 해체하는 하나의 일대기적인 역사를 쓰고 있었다.


 롤링스톤즈는 당시 블루즈를 기반으로 한 락을 했었다. 간단히 말해서 블루스 락. 중간에 잠깐 갓길로 샌 적은 있어도 이들의 음악적 기둥은 언제나 블루즈 락이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그런 음악을 하고 있다) 그들의 음악에는 뭔가 끈적거리고 성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퇴폐적인 미가 있었다.


 더 후는 이들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 이들도 비록 로큰롤과 블루스의 영향을 받은 초기 락 밴드 중 하나였으나 이내 그 색채를 벗어버리고 그들만의 색을 찾기 시작했다. 더 후의 음악은 앞의 두 메이저 밴드와는 조금 달랐는데, 이들의 음악은 그것들보다 더욱 시끄러웠고, 단순했으며 거셌다. 후일 이 음악들은 '하드 락', (일부 사람들은) '펑크 락'이라 불리게 되었다. (정작 본인들은 파워팝이라고 이름 붙였었다) 



 하지만 이들이 하드락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받게 되는 것은 이 'My Generation' 앨범을 발매한 후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였다. 이 앨범을 냈을 때 이들은, 이제 막 영국에서 건너온 새내기 밴드에 불과했었다. 



젊음의 음악, 더 후


 'My Generation' 앨범의 감상평을 한 줄로 나타내자면 '젊다'. 젊음이라는 시기를 음악적으로 꽤나 잘 표현한 앨범이 아닐까 싶다. 젊은 청춘의 그 패기와 열정을 고스란히 담은 앨범이다. 특히나 이런 감정은 라이브 공연을 보면 더욱 잘 느낄 수가 있다. 이들의 공연은 젊음 그 자체였다. 더 후의 공연은 참으로 역동적이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나면 항상 그들의 악기(기타든 드럼이든)를 직접 때려 부쉈었고, 역동적으로 기타를 치는 그 '풍차돌리기' 동작을 처음으로 했던 것도 이들이었다. 사운드적으로도 화끈했다. 가공되지 않은 듯한 사운드를 내며 공격적으로 나서는 기타, 앞으로 쭉 나오며 속주를 하는 베이스, 거센 황소처럼 밀치며 들어오는 드럼까지 맹렬한 폭풍 같은 기세였다. 60년대 젊은이들의 상징과도 같은 밴드였기에 그들의 데뷔 앨범 제목이 'My Generation'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세라. 


 [My Generation]의 가사는 이런 맥락에서 정말로 그들 세대에 대한 음악이었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정신은 'Hope I die before get old'라는 충격적인 가사로 함축이 된다 할 수 있겠다. 60년대의 영국은 그다지 풍족한 시대가 아니었다. 특히나 노동자 계급의 자식이었던 이들에게는 더더욱. 이러한 이들의 심정을 대변해준 곡이 바로 [My Generation]이오, 'My Generation' 앨범이었다. 


 이들의 음악은 또한 강렬했다. 보컬 로저 달트리의 경우 락 음악계에서 손에 꼽히는 보컬 중 하나이다. 본 앨범과 같은 보컬에서부터 락 오페라('Tommy')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범위의 장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보컬이었다. 피터 타운센드의 기타는 아직 들어도 굉장히 세련된다. 세련되고 간결한 리프를 듣다보면 어느 새 앨범이 끝나있을 것이다. 존 앤트휘슬의 베이스는 폭풍과도 같다. 뒤로 조용히 숨어서 묵묵히 제 일을 하는 베이시스트들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당당히 베이스 소리를 내세워 기타마냥 속주를 펼친다. 가장 강렬하고 젊은 소리는 키스 문의 드럼이다. [My Generation], [The Ox] 등 폭발적이고 드럼을 부술 듯한(실제로 몇 번 부쉈다) 사운드가 특징적이다. (라이브를 할 때 약에 취한 상태로 드럼을 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전곡에서 나오지만 [The Good's Gone], [Much Too Much], [The Kids Are Alright]에서 특히 돋보이는 그들의 화음과 아름다운 멜로디, 박진감 넘치는 드럼 연주, 자신감 있는 베이스 기타, 마약에 취한 듯한 보컬이 인상적인 (사실 이 노래만으로도 글을 하나 쓸 수 있을 정도로 멋진 곡이다. 시대를 초월한 곡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My Generation], 가사가 재미있는 [It's Not True], 재밍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후반부가 인상적인 [I'm A Man], 키보드와 기타가 이끌어가는 감각 있는 도입부가 인상적인 [A Legal Matter], 다양하고 개성적인 기타 연주와 질주하는 드럼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The Ox] 등.



 'My Generation' 앨범은 젊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를 표현한 앨범이다. 대부분의 곡들이 패기 넘치는 강하고 빠른 곡으로 되어있지만 간간히 (특히 보컬 화음 부분에서) 어긋나는 부분들이 보인다. 그들의 데뷔작이어서 더욱 그런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정열적이고 힘 있는 젊음이지만 경험이 부족해 가끔 실수를 하는 듯한 젊은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들의 음악은 1960년대의 젊음 그 자체를 대변한 음악이다.




Talkin' About My Generation


 더 후는 여러모로 현대 락의 이정표가 되어준 밴드이다. 비틀즈가 락의 지평선을 넓히고 롤링 스톤스가 그 영토를 굳게 다졌다면 더 후는 그 위에서 구체적인 표지석이 되어주었다. 1세대 하드락 밴드 중 하나로 평가 받으며 후일 펑크 락이나 메탈 음악에도 영향을 주었다(라고 주장하는 평론가들이 있다만 개인적으로는 하드락 이상으로는 안 나갔으면 좋겠다). 


 락 밴드의 장난꾸러기 같은 면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드러머였던 키스 문은 묵고 다니는 호텔마다 별 이상한 장난을 치기 좋아했는데 덕분에 몇몇 호텔은 죽을 때까지 출입이 금지되었었다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공연 도중에 기타나 드럼과 같은 악기를 의도적으로 부쉈던 최초의 밴드이며 '풍차돌리기'라고 불리는 윈드밀 기타 스트로크 주법을 창시한 밴드이기도 하다. 본 앨범의 수록곡 [My Generation]의 경우 세계 최초의 베이스 기타 솔로가 들어있으며, 다음 앨범의 [Borris The Spider]의 경우 최초의 그로울링 창법이 들어가있고, 그 다음 앨범과 그 다음 앨범인 'The Who Sell Out'와 'Tommy'는 락 오페라라고 불리며 컨셉 앨범의 완전한 형태를 제시한 선구자적인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더 후는 그래서 락 음악에 기여한 바가 굉장히 큰 밴드라고 하겠다. 비록 그 첫 앨범인 'My Generation'은 그 이후 앨범에 비해 완성도도 떨어지고 연주 실력도 떨어지며 단순하고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더 후라는 거대한 락 음악의 산맥을 시작하는데 있어서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루함이 조금 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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