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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앨범] Forever Changes - 1967




 나는 본디 비틀즈(The Beatles) 팬인지라, 뭐든 보면 항상 비틀즈가 먼저 생각이 난다. 이 앨범 커버도 마찬가지였는데, 보자마자 비틀즈의 앨범 'Revolver'가 생각이 났었다. 색감이나 그림체는 조금 다르지만 구도가 비슷해서인가... 그래서 처음 봤을 때 친근감이 반이었고 '이거 짝퉁 아니야?'하는 생각이 반이었다. 내용물도 비슷할까 하는 마음으로 처음 이 앨범을 듣게 되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을 해보면 뒤의 생각은 러브(Love)에게는 조금 미안한 생각이었다. 커버는 커버일 뿐, 내용물은 전혀 달랐다. 예상 외로, 비틀즈의 'Revolver'에 충분히 견줄만한 한 시대의 명작이 들어있었다.



낯선 조류


 어마무시했던 특정 연도들이 있다. 한 해에 한 장 나오기 힘들다는 명반이 수두루빽백하게 등장했던 그런 연도들 말이다. 


 1967년도가 대표적으로 그러했던 한 해였다. 미국에서 시작된 히피 운동이 가장 절정에 달해 'Summer Of Love'라 불렸던 유난히도 뜨거웠던 그 해, 베트남 전쟁이 극에 달하며 반전 목소리가 높았던 때였다. 이 해에 명반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는데,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 Nico) 1집,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과 'Magical Mystery Tour', 도어즈(The Doors), 지미 헨드릭스(The Jimi Hendrix Experience),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 크림(Cream),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 등등... 1967년도에 쏟아진 이런 명반 무더기에 꼽사리 낀 앨범이 바로 러브의 'Forever Changes'이다. 위와 같은 쟁쟁한 뮤지션들의 작품 사이에서 꽤나 예쁜 빛을 발하는 앨범이라 하겠다.


 이 앨범이 나왔던 해는 'Summer Of Love', 히피들의 뜨거운 한 해였다. 미국 곳곳으로 히피 정신이 퍼져나가며 온 미국이 꽃으로 뒤덮혔었다. 이랬던 시대적 상황 때문에 이 해는 그야말로 사이키델릭의 해였다. 일일히 말하기엔 그 양이 많아 다 적지 못 할 정도로 많았다. 이 앨범 또한 이런 시대적 상황의 영향을 받았는지 사이키델릭한 성향이 꽤나 들어가 있다. 많지는 않고, 없다고 하면 서운할 정도로만 있다. 사이키델릭과 포크와 팝의 삼중점 위에 있는 그런 음반이라 보면 되겠다.



 사실 이 앨범은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분명히 나지만, 동시대의 다른 사이키델릭 음반들과는 약간 다르다. 다른 이들처럼 사이키델릭 락을 하겠다는 목표는 있었으나, 그 방향적인 면에서 분명히 달랐다. 일단 사운드는 전반적으로 강조된 어쿠스틱 기타와 앨범을 저변에 짙게 깔린 관현악가 굉장히 조화롭게 맞물리는 느낌이다. 그러나 비틀즈의 'Magical Mystery Tour'처럼 마약을 한 것 같은 사운드도 없고, 지미 헨드릭스의 'Are You Experienced'와 같이 여기저기를 마구 드나드는 기타 솔로가 자주 나오지도 않으며, 도어즈의 'The Doors'처럼 뿅 가는 키보드 소리가 음악을 지배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 시대에 나왔던 다른 앨범들처럼 사이키델릭함이 옅게 깔려있다. 이들은 추가적인 사운드를 넣지 않고도 충분히 사이키델릭한 감성을 이끌어냈다.


 이 음반에는 익숙하지 않음이 담겨있어 낯선 사이키델릭함이 풍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관현악 사운드를 수려하게 잘 써서 귀에 착착 달라붙기는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 다른 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모로 독특한 앨범이다. [Live And Let Live]와 같이 어쿠스틱 기타와 관현악 사운드가 조화롭게 연주되는 와중에 갑자기 톡 쏘는 느낌의 기타 솔로가 등장하기도 하며 [A House Is Not A Motel]처럼 디스토션을 잔뜩 먹은 기타와 마찬가지로(?) 잔뜩 먹은 보컬이 특이한 곡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보컬의 멜로디도 정말로 특이하다. 머리 속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전개를 따르는 것처럼 하다가 어느 순간 조금씩 그것을 벗어난다[각주:1]. 듣다보면 곡이 일반적인 전개로 봐서는 안 끝난 것 같은데 알고 보면 곡이 끝나있는 경우가 자주 있을 것이다. [Old Man]과 같이 예측 불가능한 멜로디나 [The Good Humor Man, He Sees Everything Like This]의 기묘한 멜로디를 어디서 상상이나 해봤을까. (이런데도 멜로디가 중독적이라는 것이 충격적이다.) 곡의 구성도 보컬의 멜로디만큼이나 조금씩 튀는 부분들이 있다. [A House Is Not A Motel]이나 [The Daily Planet]과 같은 곡의 구성을 누가 생각이나 해봤을까. 너무나 태연한 목소리로 이런 장난을 치니 사이코패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앨범의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진행되지만, 100%의 거짓말보다 98%의 거짓말에 더 속기 쉬운 것처럼, 완전히 자연스러운 사운드가 아니라 그 위에 약간의 부자연스러움과 낯섬이 추가되어서 기묘한 불안감을 자아낸다. 중간 중간 우리들을 흠칫 흠칫 놀래키는 예상치 못한 진행이나 편곡, 리듬, 멜로디와 정반대 느낌의 가사 등 모든 것들이 청자들을 낯설고 불안하게 만든다. 자칫하면 부조화스러운 잡동사니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천재적으로 러브는 조화스러운 음반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실험적인 사운드를 녹아낼 수 있음이 바로 러브의 강점이었고, 이 앨범이 오랫동안 잊히지 않게 만들어 준 비결이라 생각한다. 



짧은 마무리


 이 음반을 두고 다음과 같이 한 줄로 감상평을 말하고 싶다. "마법을 걸어둔 듯한 음반". 그야말로 이 앨범은 마법이 걸린 음반이다. [Alone Again Or]에 등장하는 어쿠스틱 기타는 살아있는 것 같고 [Andmoreagain]의 멜로디에는 사람을 홀리는 마법을 걸어놨으며 [The Red Telephone]은 마법 그 자체가 된다. [Live And Let Live]의 기타 소리는 시간을 넘어갔고 [The Good Humor Man He Sees Everything Like This]는 공간을 넘어 다른 차원으로 갔다. 말이 필요 없이, 이 앨범은 1967년 사이키델릭 마법을 대표하는 한 시대의 명작이다. 


 

 참고로 이 앨범의 표지에는 다른 보통의 앨범들처럼 앨범의 이름과 뮤지션의 이름이 써있다. 이 앨범의 경우, Love의 Forever Changes, 'Love Forever Changes'라는 문장이 완성된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하기엔 이들은 너무나도 장난스럽다. Love forever changes... 이들이 우리에게 남기고 싶은 마지막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싶다.



 아, 그리고 앨범 커버가 비틀즈의 'Revolver'을 연상시킨다는 생각은 변함 없다. 이 앨범 커버를 보면 항상 'Revolver'가 생각이 난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Coming Up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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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하나씩 글 쓰는 건 정말 못 할 일이다. 글을 짧게 쓰는 것도 아니고 길게 쓰는데다가 내가 할 줄 아는 문학적인 표현이 많지 않고, 빨리 올려야했기에 쓰고 다시 읽지도 않고 바로 올렸다. 정상적이지 못 한 상태로 리뷰했던 명반들께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는 좀 쉬엄쉬엄하면서 올리거나 리뷰 글 양을 좀 줄여야겠다... 그래도 참 좋은 경험이 되어주었다 생각한다. 며칠 좀 쉬다가 천천히 와야겠다. 세이브 원고라도 써놓을 걸 그랬다. 





  1. 내가 코드를 잘 못 듣는데, 아마 코드와 멜로디와 어색한 느낌일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