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취미로 드럼을 친다. 어떤 것이든 간에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서 꾸준히 연습하면 는다고 했던가. 처음으로 내가 세웠던 목표는 바로 이 그룹이었다. 영국 출신의 락밴드 '악틱 몽키스', 그리고 이들의 음악 중에서도 2집 'Favourite Worst Nightmare'의 수록곡 [Brianstorm]이었다. 어느 정도 치게 된 지금 이것보다 어려운 곡들이 많다는 것을 아주 잘 알게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곡의 드럼을 들을 때마다 리듬에 맞춰서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통통 튀기듯 탐들 위를 뛰어다니며 불도저처럼 밀고다니는 드럼의 모습에 반해버렸던 그 시절의 모습이 생각이 나곤 한다. 아마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충분히 반할만한 노래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보컬이냐, 기타냐, 베이스냐, 드럼이냐, 어느 부분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지 정도만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노래들로 가득 차있는 악틱 몽키스의 2집은 누구나 쉽게 반할만한 앨범이다.
젊음을 대변하는 공격적인 투사들
악틱 몽키스 2집, 'Favourite Worst Nightmare'은 젊은 열정으로 가득 차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춤을 추게 만드는 그런 강렬한 열정으로 가득 찬 앨범이다. 칼 같이 쪼개지는 박자 위에 팍팍 귀에 꽂히는 기타 속주가 일품인 [Brianstorm], 랩을 하는 것처럼 들리는 보컬의 박자감이 잘 살아나는 [Flourescent Adolescent], 멜로딕한 보컬과 강약중강약 뒤바뀌는 곡 구성이 인상적인 [Do Me A Favour]까지, 빠르고 개성적인 리듬감 위에 열정이 녹아있다. 1집 때보다 더욱 강렬하고 자극적이며 귀에 잘 들어온다. 여기에 이전 앨범보다 더욱 공격적인 후크들도 찾아볼 수 있다. [D Is For Dangerous], [This House Is A Circus]나 [The Bad Thing] 같은 노래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 방 훅 들어오는 음악은 없으나, 전반적으로 모든 곡들이 에너지 가득한 느낌이다.
'소포모어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는데, 악틱 몽키스는 이를 잘 극복해낸 편에 속한다. 1집이 나왔을 때엔 그야말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영국 역사상 가장 빨리, 많이 팔린 데뷔 앨범에 등록되지를 않나, 그 해 각종 상들을 싹쓸이하지를 않나. 누가 봐도 2집에 대한 부담감이 어마어마할텐데 1집을 낸지 1여 년만에 바로 새 앨범을 들고 나왔다. 1집과 비슷하지만, 1집보다 정돈이 잘 되어있고 깔끔한 앨범이었다. 1년 만에 이룬 발전치고는 굉장한 앨범이었다. 비록 1집의 그 폭발성이 보이지 않고, 대표성을 띠는 곡이 없고 전반적인 퀄리티가 올라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평이해진 감도 있어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정도면 훌륭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전작에서 보컬이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평을 받았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전작에 비해 보컬 멜로디가 강조되었다. 리듬감은 그대로, 멜로디만 새로이 강조되었다. 덕분인지 1집에 비해 감성적인 면이 잘 드러나는 것 같고 아마 이 점이 대중들을 더욱 자극시키지 않았나 싶다. 기타의 속주는 더욱 빨라졌지만 동시에 보다 부드러워져 귀의 부담감은 덜해졌다. 드럼과 베이스의 경우 1집보다 안정적이고 강렬한 비트가 더욱 강조되었다. (드럼이 특히나 마음에 든다) 이런 전체적인 것들을 가지고 '악틱몽키스는 변했다!'라는 사람이 있고 '악틱몽키스는 발전했다'라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가깝다. 밴드가 언제까지나 한 음악만 하는 것은 정체되어있다는 의미와 동치로 생각한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렇게만 평을 써놓으니 치고 박고 달리는 음악으로만 꽉꽉 차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수도 있겠으나, 다행스럽게도 그런 음악만 있지는 않다. 고속도로에도 휴게소가 있듯, 정열을 가지고 달리는 이 앨범에도 쉬어가는 코너가 준비되어 있다. [Do Me A Favour], [Only Ones Who Know], [If You Were There, Beware], 그리고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505]들이 바로 그렇지 않은 곡들인데, 전 앨범에서 보인 감성적인 곡들에 비해서 그 농도가 더욱 짙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 비몽사몽한 상태까지 우릴 끌고간다. 참으로 특이한 것이, 악기의 사운드는 여전히 강렬하고 짙은데 알렉스 터너의 목소리에 점점 빠져든다. 보통 이런 감성적인 노래들은 사람들의 감정을 얼마나 잘 이입시키느냐에 따라 갈릴텐데, 발라드에 비해서 시끄러운 편이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 덕에 편안하고 쉽게 이입이 된다.
[505는 이 중에서도 다른 수록곡들과 완전하게 차별이 되는 곡이라 볼 수 있다.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완전히 차분한 곡으로, 박자가 느려서 그런지 2분, 3분 남짓의 다른 곡들관 다르게 4분을 넘기는데다가 느껴지는 색채도 사뭇 다르다. 개러지나 펑크가 아닌, 굳이 비유하자면 드림 팝에 비유해볼 수 있는 노래이다. 도입부에선 영화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The Ugly)'의 피날레 부분에 나오던 오르간 소리를 차용했다. 들리는 말로는 보컬 알렉스 터너가 505호에서 기다리고 있는 자기 여자친구를 찾아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노래라 하더라. 다만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평범한 마무리랄까, 이런 앨범의 마무리 치고는 참으로 소박하고 평범하다. 뭐, 그게 또 이것만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아쉬운 마무리
아마 2007년도에 이 앨범이 나온 직후 이 글을 썼더라면 다음과 같이 썼을 것이다. '폭발적인 데뷔 앨범을 낸 악틱 몽키스는 2집을 통해 안정적이고 성숙한 밴드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3집 'Humbug'에서 대중적인 성공과 평단의 평가 두 개 모두 놓치게 된다. 5집 'AM'에서 화려한 컴백을 하기는 했으나 1집과 2집 때만큼의 인기를 다시 끌지는 못 했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앨범에 대해서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앨범을 몰아서 듣기엔 약간 피곤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는 점이다. 40분 내내 맹렬히 달리기만 하면 연주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지치기 마련이다. 이런 장르의 음악들이 대개 그렇듯 이들도 이 점을 충분히 잘 아는지 중간중간 완급조절을 하기는 했으나, (늙어서 그런지) 나한테는 아직도 조금 버거웠다. 가능하면 이어폰보다는 스피커로 들어야할텐데 말이다. 하긴 앞으로 들어야할 음악이 얼마나 많은데 벌써 지치면 안 되겠지.
여전히 나는 이 앨범을 아낀다. 아쉬운 점들이 보이긴 한다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 정도 앨범이면 제법 준수하게 뽑힌 것이기도 하고. 터져나오는 젊은 열정을 느끼고 싶을 때면 언제나 꺼내서 듣는 앨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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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맛있겠다~ 깍두기 반찬~ 뫄우욱~ 맛없다~ 소세지 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