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ys In The Attic'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문자 그대로 해석을 한다면 다락방(Attic)에 있는 장난감(Toys) 정도가 될 것이지만, 속어로서 'Toys In The Attic'은 정신이 나가다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한 가지 예시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곡 [The Trial]에서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 Crazy, toys in the attic, I am crazy, truly gone fishing '. 핑크라는 이름의 불쌍한 주인공에 대한 가사인데 여기 나온 'Toys in the attic', 'Truly gone fishing' 둘 다 정신이 나가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이 앨범의 제목은 무슨 의미일까. 정신이 나가다라는 의미로 쓰인 것 같기도 하지만 앨범 커버를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문자 그대로 다락방에 있는 장난감들을 앨범 커버에 담아내었다. 친구들을 구해주려 열쇠를 훔쳐온 것 같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며 놀고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사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어떤 의미로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락방 안의 장난감들에 대해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정신이 나간 사람이 부른 것 같기도 하다. 아마 평생 모르지 않을까싶다.
Walk This Way
누군가 내게 '하드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들려줘야할 음악이 몇 있다. 하드록의 시초격인 더 후(The Who)도 들려줘야하고, 하드록 밴드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레드 제플린(Led Zeppelin)도 들려줘야 할 것이다. 이런 쟁쟁한 음악들 사이에 살짝 앨범 하나를 끼워넣자면 이 앨범을 끼워넣고만 싶다.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Toys In The Attic' 말이다.
에어로스미스는 여기서 제법 정석적인 하드록이라는 수를 두고 있다. '하드'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사운드적으로 60년대 락에 비해서 하드하다. 보컬은 공격적으로 부르며 기타는 거칠고 폭발적인 기타의 소리, 드럼은 드럼 세트가 부서질 듯한 소리를 내고 있다. 기타 리프나 솔로 부분이나 로큰롤에서 따온 듯한 리듬을 쓰는 경우가 많고 (이 앨범의 경우) 블루스 락의 영향도 많이 받아 솔로 등에서 블루스 음계를 자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락밴드의 전형적인 형태와 전형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일이 복잡할수록 정석을 따라가라는 말이 있듯 시장도 이에 반응했던 것 같다. 60년대를 지배했던 비틀즈라는 거인이 멸망해버리고 미국 음악 시장에 도래한 춘추전국시대를 평정한 것은 에어로스미스와 같은 정석적인 하드록 밴드들이었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키스(KISS)와 함께 미국 1970년대 하드락의 상징이 되었으며, 이 앨범의 경우 X8 플래티넘 인증까지 받을 정도로 많이 팔렸고 싱글 커트된 곡들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가장 정석적인 방법으로 음악시장의 혼란스러움을 타개할 방법을 찾았던 에어로스미스의 가장 정석적인 앨범이 바로 이 'Toys In The Attic'이다. 그들의 음악은 다락방 속의 장난감처럼 먼지만 쌓이며 잊혀져갈 음악이 아니라 후배들에게 이쪽 길로 걸어가라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이정표에 가까웠던 것이다.
Toys In The Attic
첫 곡은 앨범의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Toys In The Attic]인데 앨범의 시작부터 한껏 달리기 시작한다. 템포가 빠르다보니 코러스의 소리가 긴박하게 느껴진다. 기타의 소리는 거슬거슬하고 직선적이며 드럼도 백비트를 기반으로 한 단순하지만 힘있는 리듬을 친다. 드라이브하면서 틀어놓으면 딱일 것 같다.
앞의 곡이 너무 빠르게 달리다보니 [Uncle Salty]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들린다. 기타부터 보컬까지 끈적끈적이는 블루지함이 약하게 밴 곡으로 기타 연주가 제법 들을만 하다. 기타 리프와 후렴구가 묘하게 비틀즈의 'Revolver' 앨범 시절을 연상시킨다.
[Adam's Apple]은 블루지함이 약하게 낀 전형적인 하드록이다. 가사엔 달콤쌉사름한 선악과를 베어물은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른 곡에서는 마약이나 성과 관련된 내용을 넣어 '콕 록 (Cock Rock)'의 선조라고 불리면서 여기선 교회 여름 성경 학교에서 불릴 법한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으니 사실 약간 어이가 없다. 에어로스미스의 유머 포인트일까... 기타 소리가 좋으니 봐준다.
보컬이 속사포랩(?)을 펼치는 [Walk This Way]가 4번 타자로 등장한다. 가사를 보고 직접 따라서 불러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루브 넘치는 보컬이 장난이 아닌 곡이다. 긴긴 곡을 진행하며 나오는 울먹이는 기타 변주 또한 감상 포인트이다. 단단한 리듬 파트 위에 얹혀진 기타와 보컬의 랑데부이다. 기타 소리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꽤나 지루하게 여길만한 노래이다.
다음은 50년대로 돌아가 로큰롤에 잠시 취해본다. [Big Ten Inch Record]는 기타, 키보드, 보컬 모두 작정하고 리듬부터 멜로디까지 모두 로큰롤스럽게 만들었다. 하드록 곡 사이에 이런 노래가 있어 안 어울릴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하드락적으로 재해석한 로큰롤이라 그리 어색하지는 않고 오히려 흥겹기만 하다. 중간에 나오는 하모니카가 귀엽다.
[Sweet Emotion]의 도입부는 에어로스미스의 노래 중에서 가장 긴장감 있고 아름다운 인트로가 아닐까 싶다. 작고 예쁜 베이스 소리와 와우 효과를 잔뜩 넣어 우웅우웅거리는 기타 사운드, 간간히 들리는 퍼커션의 소리들 (비브라슬랩이나 클래퍼, 셰이커 등)이 인상적인 인트로이다. [Walk This Way]처럼 보컬과 기타에 비중이 크고 리듬 라인은 단순한 곡이다.
로큰롤 느낌이 약하게 느껴지는 [No More No More]이 이어진다. 가볍고 신나며 흥겹다. 미묘하게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이 연상되는 건 왜일까.
다음 곡은 이 앨범의 곡 중에서 가장 묵직한 드럼과 헤비한 기타 소리를 느낄 수 있는 [Round And Round]이다. 반복적이고 단순하지만 소리가 무거운 기타 리프와 탐들을 섞어 확실하게 팍팍 꽂아주며 강인하고 육중한 인상을 주는 드럼 소리도 좋다. 보컬의 에코 이펙트가 조금 거슬린다.
마지막은 역시나 조용한 노래가 제격인 것일까, 가장 무거운 곡 뒤에 배치된 가장 가벼운 노래 [You See Me Crying]이다. 이전 곡들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얌전한 발라드 곡이다. 1분 전까지만 해도 시끄러운 곡의 파워풀한 보컬이 여기서 애절하게 들리는 슬픈 노래의 보컬을 맡고 있다. 생각해보면 조금 웃기다. 코드만 간단히 눌러주는 피아노와 가볍게 연주되는 기타 소리가 애절한 보컬과 잘 어울린다.
Sweet Emotion - 짧은 마무리
'Toys In The Attic'은 에어로스미스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음악이다. 블루지하고 로큰롤스러운 하드록 곡들이 다수 포진된 그들의 대표 앨범이다. 한 평론가가 이 앨범을 가지고 '투지로 넘치는, 거리의 원초적 블루스를 간직한 하드 록을 최초로 세공한 작품'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참으로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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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n't got 11 kids, I weren't born in Baghdad, I'm not half-chinese either and I didn't kill my d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