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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앨범] ソルファ - 2004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Asian Kung-Fu Generation)[각주:1]의 팬까지는 아니지만 그들의 노래는 좋아하는 편이다. 때문에 일본의 한 음반 가게에서 이 앨범을 찾았을 때에는 10년간 만나지 못한 학창시절 동창생을 만난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마침 애니메이션 '너만이 없는 거리'의 오프닝으로 이 앨범의 [Re: Re:]가 쓰인 직후여서 그런지, 얼마 전에 새로 녹음된 [Re: Re:] 싱글도 같이 진열되어 있었다. DVD 수록판이어서 가격이 조금 걸렸지만 워낙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고 아지캉의 새로운 앨범 아트가 마음에 들기도 해서 구입을 하였다. 후회는 없었다.



ソルファ는 솔파라고 읽습니다


 일본은 가깝지만 먼 나라이다. 1998년도인가까지는 일본 문화가 개방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인 경로로 일본의 것들을 접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요즘은 티비를 틀면 항상 나오는 애니메이션도 이 때는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먼 나라의 음악은 몰라도, 정작 일본과 같이 가까운 나라의 음악은 들어볼 기회조차 많지가 않았다. 비록 지금은 일본 문화가 개방되었으나 아직도 여전히 멀기만하다. 일본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오타쿠'라고 칭하며 좋지 못 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고, 국내 음악 사이트나 블로그에서 잘 소개해주지 않고 유튜브에서도 일본 아이피가 아니면 아예 보여주지를 않기 때문이다. 내가 일본의 음악을 접하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닌 건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리라.


  ' ソルファ ' 앨범은 그 얼마 되지 않는 내 일본 음악에서 처음으로 빠져들었던 앨범이었다.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이라는 기묘한 이름에서 한 번, 아이코닉한 앨범커버에서 두 번 기억에 남고 호기심에 듣게 되었다.  (일본어를 잘 모르던 시절이라 가사 일일히 다 찾아보고 해석하며 들었던 기억이 난다) 호기심에 들은 앨범치고는 내용물이 제법 괜찮았다. 보컬부터 드럼까지 모두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는 그들만의 음악이었다. 



 고토 마사후미는 참으로 매력적이며 개성적인 보컬이다. 그는 가창력이 뛰어난다든지 볼륨감 있게 부르는 보컬은 아니다. 다만 그의 음색이 특히나 매력적인데 일렉 기타의 음색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어떤 느낌이냐면, 모든 일에 무심하게만 보이던 조용한 친구가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으니 180도 달라지는 모습을 담고 있달까. 겉으로 보기엔 조용해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곡을 작곡 / 작사도 하고 라이브에서는 여기저기 올라가고하며 부르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작곡과 작사 모두 독특하다. 곡의 기승전결부터 앨범 전체의 강약 조절까지 큰 그림을 그리며 앨범을 만드는 것 같다. 시적인 가사도 좋다. 


 드럼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90년대 '너바나 붐' 덕에 잔뜩 데뷔한 그런지 / 얼터너티브 밴드들은 대개 곡 내내 쿵치팍치 8비트만 치고 필인도 단순하고 직설적인 구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 드럼의 경우 조금 다르다. 그 뿌리가 얼터너티브라 부분적으로 펑크(Punk) 드럼처럼 단순하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부분이 있지만, 곡의 진행, 강세에 맞춰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한 변주와 필인을 첨가해 그루브를 아주 잘 살려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본인이 앞으로 나서지 않고 다른 악기들을 잘 받혀주는 드럼의 본디 역할에 충실한다. (기술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받춰져서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Re: Re:]의 드럼을 아주 좋아한다. 


 직설적인 드럼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곡 자체가 일자로 쭉 펴진 스트레이트한 노래들이 아니라서 만약 드럼이 단순하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リライト]를 예로 들면 쭉쭉 달려나가는 부분에서는 쭉쭉 뻗어나가는 드럼을 보여주고 브릿지 부분에서는 적절하게 기어들어가는 느낌의 드럼을 보여준다. 이런 부분들까지 스트레이트했다면 지금과 같은 느낌의 곡이 되지는 못 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어디까지나 필자의 취향인 부분이니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디 너그럽게 넘어가주기를 바란다.



 이런 사운드들의 총합인 앨범도 완성도가 아주 높다. 개개 곡 별로도 아주 훌륭하고 기억에 잘 남아 한 곡도 넘겨버리고 싶지 않으며 곡들을 배열한 순서도 적당해 50분이 조금 덜 되는 시간 동안 쭉 들을 때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각주:2]. 앨범 전반적으로 빠른 비트로 달리는 느낌이지만 속도 조절을 잘 해줘서 부담이 가지 않는다. 보컬과 악기들 사이에 위화감도 없으며 어디선가 들어본 느낌이 아니라 오로지 아지캉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느낌이다. 아지캉 풍의 발라드 곡 [マイワールド]와 [真夜中と真昼の夢], 후렴구의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폭발력 넘치는 곡 [リライト]와 이 앨범의 마스터피스라고 생각하는 곡 [Re: Re:], 질주하는 느낌의 [サイレン], 가사가 예쁜 [ル-プ&ル-プ]와 [海岸通り] 등. 버릴 곡이 없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한 마디로 이 앨범은 완성도가 높은 앨범이다. 아지캉의 팬은 아직 아니지만[각주:3] 이 앨범의 팬만은 되고 싶다.



담백한 맛을 담았다


 ' ソルファ '는 복잡하고 화려한 앨범이 아니다. 사운드 구성은 기타 둘(리드, 리듬), 베이스, 드럼과 보컬만으로 밴드로서 가지는 가장 일반적이고 단촐한 구성이다. 곡의 구성도 복잡하다기보다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편이다. 보컬이나 기타도 화려한 기교나 뛰어난 가창력으로 압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단순하고 제 할 일만 묵묵히 맡아서 하는 것에 가깝다. 특히 고토 마사후미의 보컬은 완벽하지 않다. 풍부한 성량과 넓은 음정을 넘나들며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강력한 보컬들과는 거리가 아주 있다. 오히려 고음 부분에서 갈라지듯이 부르는 것이 특징이며 라이브에서는 자주 삑사리가 난다. 완벽하다기보다는 불완전하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매력적이다. 각각의 곡들은 비슷한 구성에 비슷한 사운드이지만 모두가 개성적이고 '하나'가 아니라 '각각'으로서 기억에 남는다. 이런 이유는 음악의 멜로디성에 있는데, 후렴과 절에서의 보컬 멜로디, 리드 기타의 리프, 심지어 베이스와 드럼이 만드는 리듬 라인까지 모두 그루브가 살아있고 Catchy[각주:4]하여 청자가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런 느낌들이 아지캉의 담백한 맛을 살린다. 완벽하고 기술적인 모습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프로 같은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홍대 구석 어딘가에서 연습 중일 인디 밴드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담백하고 순수한 부분이 있어 인간적인 미를 잘 살려준다. 바로 이런 점이 아지캉의 음악에 빠져들게 만드는 그들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비싼 음식은 많이 먹으면 질리지만 라면은 많이 먹어도 쉽게 질리지 않는달까. ㅋㅋ 농담이다.







Coming Up Next....


In the attic lights, voices scream, nothin' seen, real's the dream. Toys... Toys... Toys...



  1. 팬들은 '아지캉'이라고 줄여부른다. 이 밴드의 일본명인 'アジアン・カンフー・ジェネレーション'에서 'アジカン' 부분만 따와 읽은 것이다. 밴드 정식 명칭이 긴 관계로 이 글에서도 아지캉이라고 쓴다. [본문으로]
  2. 2016년 리레코딩 버전에서는 트랙 리스트가 바뀌었다는데 한 번 들어보고 싶다. 아직 못 들어봤다. [본문으로]
  3. 아직 이들의 모든 음반을 제대로 들어보지는 못 했다. 예비팬 정도라고 해두자. [본문으로]
  4. 적절하게 번역하지 못 하겠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