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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앨범] Freak Out! - 1966




 살아가며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순간들이 몇몇 있을 것이다. 내게도 물론 그런 순간들이 있는데 게 중 하나는 바로 이 앨범을 처음 들은 순간이다. [Motherly Love]라는 곡이었는데, 처음 들었을 때의 인상은 그 어떤 음악보다 강렬했다. '이런 것도 음악인가? 장난처럼 들린다.'와 같은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호기심이 들어 이 앨범을 구해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히 정주행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미친 것이 분명하다고.



음악계의 모두까기 인형


  마더 오브 인벤션(The Mothers Of Invention)은 말이 밴드지, 그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기에 사실상 프랭크 자파와 얼굴들이다. 곡들은 한두 곡을 제외하고는 전부 프랭크 자파 작사 및 작곡이다. 그래서 프랭크 자파가 솔로로 활동한 시기의 연장선상에 마더 오브 인벤션이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마더 오브 인벤션을 프랭크 자파 솔로 활동의 연장선으로 봤을 때, 프랭크 자파의 활동 중에서 가장 장난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가장 팝에 가까운 음반이 바로 이것이다. 'Hot Rats'나 'Apostrophe'로 갈수록 자파는 일반 대중적인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퓨전 재즈에 가까워지게 된다. 막상 들어보면 'Freak Out!'조차도 이런 대중성과 거리가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겠지만, 그의 음악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듣기 쉽다. 


 단, C Side와 D Side는 예외이다. 이 앨범은 더블 앨범인데, A와 B Side는 팝에 가까운 형식을 가지고 소리도 그래서 팝의 범주에 넣을 수 있겠으나 C와 D Side는 실로 난해하다. [Help, I'm A Rock]나 [The Return Of The Son Of Monster Magnet]와 같은 곡들을 들어보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유분방하고 무규칙하게까지 느껴진다. 밤에 들으면 귀신이나 못해도 뱀은 나올 것 같은 음악이다. 무서우니까 다른 사람 손 꼭 잡고 듣기를 추천한다.


 A와 B Side는 그보다 조금 양호하다. 이들은 밝고, 산뜻하고 담백하며, 풍자적이다. 'Freak Out'는 앨범 전체적으로 당대의 락 음악과 당대 미국(프랭크 자파는 미국 사람이다)의 대중 문화를 풍자 및 비판하는 앨범이다. 가령 [Troubles Every Day]는 'Watts Riot'를 보고 쓴 가사로, 인종차별과 자극적인 언론매체를 비판하는 노래이다. 간혹가다 이것 때문에 이 앨범을 보고 '대중 음악 중 완전한 형태를 가진 최초의 컨셉 앨범'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반 쯤 맞는 소리이다. 요즘처럼 컨셉 앨범이라고 해서 하나의 주제나 하나의 스토리만을 가지고 곡을 쓰던 시대가 아닌지라 이 앨범도 약한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대중문화 비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쓴 앨범은 맞기는 하나 모든 곡들이 그러한 것만은 아니다. 현대의 기준으로 보자면 컨셉 앨범이라 보기 애매하지만 당대 기준으로 봤을 때 그러하다는 소리이다. 


 거기다 모든 곡들이 다 대중문화 비판이라는 코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Any Way The Wind Blows]의 경우 이혼을 앞둔 프랭크 자파가 자기 부인한테 뭐라고 하며 착한 새 여자를 찾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 내용의 노래라 그런지 노래가 아주 희망적이고 밝다) 만약 이런 내용들까지 포함하는 주제를 말하라고 한다면 '풍자'라고 할 수 있겠다. 다른 것들을 풍자하다 못해 이제는 이혼을 앞두고 있는 자기 자신의 처지까지 풍자해내는 그런 단계에 이르렀달까. 일종의 자학개그이며, 음악계의 모두까기 인형[각주:1]이다. 


 프랭크 자파는 이런 '모두까기' 때문에 종종 인종차별주의자나 반사회주의자 등으로 공격당하기도 하는데, 그가 진짜 그랬을 것 같지만은 않다. 실제로 그의 콘서트 세션이나 밴드에 흑인도 자주 나왔고 저번 프린스 리뷰에도 나왔던 PMRC와 법정에서 싸운 적도 있었다. 아마 그의 가사만 보고 그렇다 오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심슨이나 사우스파크와 같은 풍자성이 짙은 대중매체와 비슷하게, 그런 사람들을 비꼬기 위해서 역으로 그런 식의 말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오해할만한 사람을 위해 [Troubles Every Day]의 가사를 한 줄 적어놓는다.


Hey, you know something people? I'm not black, but there's a whole lots a times I wish I could say I'm not white.



입수 준비


 프랭크 자파는 죽기 전에 60여 장의 정규 앨범, 죽고 나서도 50여 장의 정규 앨범을 낸 가수로 유명하다. 그의 정규앨범 수만큼이나 그의 음악세계는 실로 넓다. 당장 이 앨범만 봐도 락 음악에 기반을 두고있기는 하나 재즈, 블루스, 사이키델릭, 클래식 등의 범주를 넘나들고 있으며, 60장의 앨범을 내면서 그의 음악세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더욱 진보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넓고 거대한 '프랭크 자파'라는 세계에 들어가기에 앞서 맨 처음으로 들을만한 음악은 바로 그의 데뷔 앨범, 'Freak Out!'이다. 


 'Freak Out!'는 여러모로 불친절한 앨범이다. 곡 전개는 전혀 예상가지 않으며, 갑자기 괴성이 튀어나와 깜짝깜짝 놀라기 부지기수고 리듬도 불규칙하고 불협화음도 다수 등장한다. 그렇지만 이런 불규칙함과 예측불가능한 점이 프랭크 자파를 자파답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곡 능력은 탁월했다. 그의 연주실력도 탁월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불친절한 앨범이 된 까닭은 그의 생각이 깊게 반영되었기 때문이리라. 프랭크 자파는 일종의 해체주의 음악가였다. 그가 보기에 대중 음악은 틀에 박힌 음악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까기 인형은 대중 음악도 깠었고, 그의 대안으로 이 앨범을 제시한 것이다. 기존의 음악들, '장르'라는 이름표에 제한받던 음악들의 이름표를 다 떼어버리고 각종 음악들을 섞게 된 것이다. 장르라는 분류를 모두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으로 나온 결과물이기에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을 들을 때 느끼는 불친절함은 바로 프랭크 자파가 기존 음악의 정형성을 바라볼 때 느꼈던 바로 그 불친절함이며, 이 지점만 넘게 된다면 프랭크 자파의 음악 세상에 푹 빠지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프랭크 자파의 세계에 들어가기 전에 거쳐야 할 첫 관문이 바로 이것이다. 그의 첫 시도이기에 아직 대중음악과 많이 가까이 있지만 동시에 앞으로 일들에 대한 계획이 작게나마 담겨있다. (한 시간짜리 더블 앨범이니 작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 앨범을 들으면 이제 막 발목까지 물에 담근 셈이다. 저 앞에 거대한 파도가 넘실대고 있으니 천천히, 심장이 놀라지 않게 들어가기를 바란다.



Freak Out!


 만약 음악의 세계를 지도로 그릴 수가 있다면 프랭크 자파의 위치는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 쯤 될 것이다. 서양 대중 음악이 낳은 뮤지션 중 가장 독창적이고 괴상한 기인이자 거인이다. 그리고 그 거인의 위대한 첫 한 걸음이 'Freak Out!'이다. 


 이 앨범을 듣고 놀라 기겁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서 당신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정상이다. 누구나 다 그렇게 시작을 할 뿐이다. 첫 한 걸음 내딛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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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의 앨범들을 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은 모두 다, 문자 그대로 '모두 다' 공격했다. 이름과는 달리 우나 좌로 치우치지 않고 모두 깠던 진정한 모두까기 인형이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