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일 내 입대 날이다.
9사단 신병교육대로 간다.
머리는 2일 전 깎았고, 남은 기간 동안 학교 동기 약속과 조카 돌 잔치 스케쥴이 잡혀있다.
입대에 대한 실감은 머리를 깎은 후 머리를 감겨 줄 때부터 느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머리를 감을 때 내 머리카락
이 길지 않다는 것과, 수건 한장으로 머리를 다 말린다는것. 마지막으로 머리가 짧아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주지
않을 떄부터 입대에 대한 긴장과 가기 싫음에 대한 부정이 느껴졌다.
훈련소 가서 느끼는 사람도 있다하고, 입대 날짜가 나왔을 때부터 느끼는 사람이 있다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머리를
깎은 입대 4일전부터 체감이 났다.
입대 발표는 한달? 카톡목록을 보니 12월 12일 입대 약 35일전에 났다. 한참 HCI와 UX 평가라는 전공 수업 때문에
학부생의 입장에서 실제 연구 주제도 구하고, 가설도 세우고, 실험 연구를 한 뒤 결과를 기다리며 논문을 쓰고 있을
때다. 입대 날짜가 나온 후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다. 댓글이 지금보니 177개나 달려있다. 이만큼 내가 관심을 받은
적이 있을까 싶다. 4월로 발표난 내 친구의 글을 보면 댓글이 300개가 넘어간다. 평소에 내 인간관계가 페이스북 댓
글 이라는 변인을 통하여 비교를 당하는 느낌이었다. 이건 다른 얘기였고, 오랜만에 연락이 온 친구들이 많았다. 입대
를 해서 연락이 안됬던 친구, 중고등학교 때 연락하던 친구들. 입대하기전 한번 만나자던 친구들의 댓글 중 만난건 한
명도 없다. 역시는 역시였다.
// 2학년 2학기를 잘 마쳐서 다행이다. 전공 4개를 듣는다고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고, 팀플 4개중 하나가 문제였고,
하나가 힘들었다. 문제였던건 연락이 잘안되고 시간이 안맞았고, 힘들었던건 자체가 힘들었다. 수업 진도를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다보니 중간고사였고, 정신없이 진도를 맞추다 보니 기말고사 였고 논문 제출이었다. 4학기 중 가장 힘들
었다. 성적은 1학년 1학기 때와 같은 4.08 이다. 1학년 1학기 때는 13등을 하여 1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지만, 이번에
는 101명중 23등이란다. 역시 복학생형들이 들어오니 성적이 내려간다.
// 생각해보니 입대 전 후기를 쓰는건데 의식의 흐름대로 내용이 넘어갔다. 다시 돌아 오자면
입대 한 사람들이 나에게 해주는 조언은 수 없이 많았다. 가장 공통되면서 가장 많이 해주는 얘기는 가기전에 최대한
놀고 가라 였다. 하지만 나한텐 돈은 많지 않았고, 내가 입대를 하기 전에 놀아야해! 하면서 같이 떠날 친구를 찾으면
친구들은 바빳다. 사실 나 하나 입대한다고 친구들한테 가서 여행가자 라고 하면 맞춰야할 것도 많고 돈 문제도 있고
사실상 어려운게 많다고 생각한다. 아니 많다. 할 수 있는건 평소처럼 5천원~1만원 들고 동네 피시방이나 시내가서
밥 먹고 헤어지는거. 이게 전부다. 그래서 나는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고 즐길 수 있는 최대기 때문에 후회 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이 생각은 입대 4일 전 머리 깎기 전까지 유지되었다. 머리 깍은 후 입대에 대한 현실이 생각되면
서, 왜 더 못놀았나 생각이 든다. 이제와서 놀러가자니, 시간이 없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못가고 있다.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가까운 서울이나 인천이라도 자기가 사는 지역 밖으로 나가길 추천한다. 물
론 나도 안다. 여행을 가기엔 돈이 없고, 혼자 가기에는 부담 스럽고, 같이 가기에는 맞출 친구가 없다는거. 그냥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이거 하나기 때문에 이 말을 하는거다. 친구들이 장난으로 어디 여행갈래? 한다면 진지하게 말
꼬리 붙잡고 계획 짜기를 추천한다.
// 아 나는 글쓰는게 취미가 아니여서 일기(후기?)가 너무 오랜만이다. 이만큼 밖에 안썻는데 지루하다.
내가 과연 훈련소 가서 잘 버틸수 있을까. 제발 운좋게 백마 부대 안으로 자대를 받기를 기원한다. 집 가까워서 너무
좋다. 아니면 25사단으로 빠져서 밥 먹을때 친구 봤으면 좋겠다. 하루전 후기를 내가 올릴 수 있을까
그리고 일본여행가고싶다. 왜 가자고 했을때 말만 흐지부지 했을까. 생각해보니 역시 돈문제다.... 최근 집에서 돈 때
문에 힘들어 하시는 부모님을 매일 본다. 사실 매일은 아니고 가끔.. 나한테 티를 안내시는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나가서 논다고 할 땐 말없이 용돈 몇만원을 지갑에서 꺼내주신다. 지금 생각하니 참 불효자 같다. 장학금을 받을
줄 알고 용돈을 받으면서 놀았는데 장학금을 받지 못할 꺼같아서 걱정된다. 전역하면 10월 중순인데 복학까지 5개월
의 시간이 있다. 이 때는 알바해서 용돈을 안받고, 일본여행도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