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ky Sloan 그리고 Joseph Pelling 제작의 단편 애니메이션 Don't Hug me I'm Scared
2011년 7월 29일에 유튜브에 업로드 된 이래로 약 700만건의 조회수를 달성한 비디오 클립.
이 포스팅을 읽기 전에 영상을 먼저 보는 것을 권장한다.
우선, 영상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가만히 앉아있다. 말도 하지 않고있다.
영상의 처음은 시계 소리뿐인 적막으로 시작된다.
털이 가득한 꼭두각시 인형들은 다들 한 번쯤은 봤을 아동용 애니메이션 Sesame Street 를 연상케한다.
꼭두각시답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게 있을 뿐이다.
'What's your favorite idea? Mine is being creative'
'창의적으로 생각해보자!'
책이 갑자기 말을 건네며 밝은 음악이 시작된다.
과일이 담겨있는 바구니
책이 인형들에게 '오렌지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니?' 하자, 검정색 인형이 '뭐야, 그냥 오렌지잖아.' 라고 답한다.
그런 검정색 인형에게 책은 '내 생각은 조금 달라' 라고 한다.
웃으면서 걸어다니는 오렌지
창의적으로 생각한다는 책은 오렌지를 보면서 눈과 코, 입, 발이 달린 오렌지를 연상한다.
그러자 검정색 인형이 책에게 '도데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라고 한다.
책은 '네가 창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런거야.' 라고 답한다.
'Take a look at my hair. I use my hair to express myself'
책은 '나다운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 머리카락(hair)을 썼다' 라고 말하며 이것 또한 창의적임을 어필한다.
그러자 털(hair)이 많은 빨간색 인형이 '그냥 머리카락일뿐인데 무엇이 창의적이느냐' 하고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이에 대해 책은 재차 '나다운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 머리카락을 썼다' 고 답한다.
빨간색 인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장면이 바뀐다.
구름들
장면이 바뀌면서 책이 창문 밖의 구름을 가르킨다.
그리고 '무엇이 보이니?' 하고 묻자, 인형은 '도데체 무엇이 보이냐는 것이냐' 하며 말한다.
책의 눈으로 본 구름의 모양
책이 돋보기를 집어서 눈에 갖다대자 세 인형 모두 동시에 '모자가 보인다, 고양이도 보이네...' 하며 똑같은 반응들을 보인다.
한 인형이 광대 그림을 그렸다.
노란색 인형이 자신만의 광대 그림을 그려서 책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창의적이지 않아.'
책은 광대 그림은 창의적이지 않다는 말과 함께 광대 그림에 먹물을 부어버린다.
'나뭇가지들과 잎사귀를 모아서 자기가 좋아하는 색의 이름을 써보자!'
장면이 바뀌면서 책은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팁을 제시한다.
나뭇가지들을 모아서 색의 이름을 표현하는 것이다.
초록색은 창의적이지 못하다. 초록색은 전형적인 자연의 색이기 때문이다.
노란색 인형이 나뭇가지들로 GREEN을 표현하지 책이 창의적이지 못하다며 가로막는다.
그리고 나서 책이 창의력을 마음껏 뽐내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며 '심장에 귀기울여 보고, 빗소리에도 귀기울여 보고, 자기의 머릿 속에도 귀기울여 보라' 는 말을 하고, 인형들은 창작 활동을 시작하는데...
전형적인 세트장
갑작스럽게 영상의 분위기가 바뀐다. 그리고 나서는
성장해서 어른이 된 인형들
성장한 인형들은 비가 오자 심장과 뇌 같은 질감을 갖고있는 케이크를 먹고, 끔찍하고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른다.
이것이 영상의 끝이다.
-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
도데체 이런 이해하기도 힘든 끔찍한 결말을 가지고 영상 제작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이런 저런 자료들을 찾아보며 스스로 의견을 정리해보다 보니, 창의성의 획일화를 비판하는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영상 후반부에 세트장의 모습이 묘사된다. 이는 아동용 교육 프로그램의 세트장으로 볼 수도 있겠다.
영상 전반부에 나타난 '교육적인 프로그램'에서는 창의성을 어거지로 아이들에게 갖다 붙이려고 하는 형식을 띄고있다.
책의 모습을 살펴보면,
'나는 머리카락을 붙여서 개성을 표현하였으므로 창의적인 생각을 하였다'며 이것이 창의성이다고 강조를 넘어선 강요를 하는 모습,
'구름의 모양이 어떠하니?' 하는 질문을 던지고 철저하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켜서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모습,
스스로의 창의력으로 광대 그림을 그렸더니,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에 광대 그림은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먹물을 붓는 모습,
나뭇가지로 GREEN을 표현하였더니, 표면적인 색은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일러주는 모습 등이 있다.
철저하게 책의 관점에서의 생각을 모든 인형에게 주입하는 식의 모습이다.
이러한 '창의력 교육'을 받고 자라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심장과 뇌를 먹는다.
자신의 심장과 뇌가 아닌 자라나는 아이들의 심장과 뇌를 좀먹는다.
정말 장기를 섭취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실로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아이들의 동심을 교육용 프로그램에서와 같이 파괴한다는 것.
상당히 모순적인, 그래서 더욱 현실을 안타깝게 만드는 영상 묘사가 아닐 수 없다.
'창의'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새로운 착상이나 의견을 생각하여 냄, 또는 그 의견
따라서 당연히 창의적인 생각은 일반적인 것과 다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것을 추구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표면적인 사실들을 강제로 부정해버리는 것은 절대로 옳지 못하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아이들의 그들만의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내버려두자.
자신이 볼 때에 흔해빠졌든, 식상하든 스스로 생각을 펼치는 것은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데에 있어서 중요한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생각은 자연적으로 흘러나와야 할 것이지, 절대로 누군가의 교육에 의해서 양산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