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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전자 관광 게임 프로테우스 (Proteus) 이야기.


국제 인디게임 행사 INDICADE '최고의 오디오' 부문을 비롯한 각종 수상 내역이 빛나는 프로테우스



모험 이외에 다른 요소를 전혀 넣지 않았음에도 불구, 게임 언론들의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실험적으로 보이는 인디게임이라면 일단 해보고 보는 나로써는 프로테우스를 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각종 리뷰에서 그렇게 '아름답다' '멋있다' '느낌있다' 하길래 궁금해서도 해보고싶었고, 무엇보다도



프로테우스의 요구 사양은 매우 저렴한(?) 편이다


내 노트북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해보고 싶었다!



프로테우스를 실행시키면 나오는 메인 화면



전형적인 메인 화면이다


조금 특이한 부분이라면, 시작 버튼을 대체하여 섬 모양의 실루엣을 클릭하게 하는 것 정도



글자가 막 달아나도 놀라지 말자, 이건 호러게임이 아니라 순도 100% 관광게임이다



섬을 클릭하면, 화면이 암전되면서 PROTEUS 글자가 달아난다


글자들이 전부 달아나고 나면...



관광 게임에서 못 할 것이 어디있겠느냐, 물 위를 걷는 건 기본 옵션이다



이렇게 섬이 눈 앞에 나타난다


물 위를 사뿐사뿐 걸어서 섬으로 걸어들어가보자



잎사귀가 풍성한 나무들



해안가로 들어섰다


뒤를 돌아보면...





은은하게 빛나는 해



해가 떠오르고 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2013년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겠고, 남에게 더 친절하게 잘 대해주고 하는 결심을 해보....




지....




만.... 사실은 떠오르는 해가 아니라 지는 해다



낮이 있으면, 당연히 밤도 있다



해가 지고 나니까 이렇게 둥근 보름달이 나를 맞아준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은은한 그래픽과 보름달이 나름 어우러진다고 생각한다




8비트_그래픽의_한계.jpg



화면 정 중앙의 보라색 물체는 아마 토끼로 추정된다


내가 다가서면 깡총깡총 뛰어서 멀리 달아난다


소리를 들어보니까 깡총깡총 뛰는 소리도 나더라 (정확히는 뭔가 은은한 소리가 점프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난다)



?...



조각상... 인 것 같다


이쁘지는 않다 딱히... 뭐, 그렇다


설마 저것들이 이 게임에서의 적인가 싶어서 다가가 보았다




조각상(?)들이 내 눈에는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원숭이, 닭대가리, 외계인 같아 보인다. 아니 사실 셋 다 외계인 같아 보인다.



딱히 다가가도 공격은 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갑자기 하늘에 큰 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슈웅슈웅하는 효과음이 난다



조각상들 근처에 가는 것이 모종의 '트리거' 일지도 모르겠다



의미 없이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의도치 않게 트리거를 작동시킬 수 있다


프로테우스에서는 트리거를 작동시키면, 주로 주변 환경이나 음악이 변한다


조각상 이외에도 많은 장소에 트리거가 존재 하므로 플레이어들은 눈 크게 뜨고 찾아보자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바닷가에 있는 분홍색 물체라면, 아마도 게가 확실할거다



이런 움직이는 생물도 구경하고



이 녀석이 움직이면서 나는 효과음이 되게 귀엽다



이런 다람쥐같은 생물도 구경하고



절대로 맨 눈으로 태양을 보지 맙시다



밝게 빛나는 해도 정면으로 응시해보고 하다가 게임을 종료했다






esc를 누르면 눈을 감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면서 메인화면으로 돌아간다





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만난 생물체들, 신비한 환경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들, 그리고 장소마다 달라지는 아름다운 사운드 이펙트


플레이어의 무뎌진 감성을 일깨워주기 충분할 정도로 조화롭고 너무 아름다웠다


하지만 사실, 이게 도데체 어딜 봐서 Metacritic 83점을 받았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적어도 스토리 요소를 중시하는 나로써는)


확실히 맵의 환경과 사운드 이펙트, BGM은 예술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너무 잘 어우러지지만,


정말 그것들이 프로테우스의 전부이다


이외의 요소가 전혀 없다




전자 관광 게임이라고 입소문을 탔던 소스모드 디어 에스더 (Dear Esther)의 경우에는 프로테우스와 동일하게


아름다운 비쥬얼과 조화로운 BGM이 있었다


유일한 차이점은, 디어 에스더의 경우 독특한 스토리 텔링 방식을 접목시켰다


덕분에 단순한 관광 게임 이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여운을 안겨주었다




물론, 프로테우스 개발진을 질책하면서 '왜 관광 요소밖에 없는데!!!' 할 생각으로 디어 에스더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애초에 프로테우스는 미니멀리스틱한 관광 게임 컨셉이었고, 나 또한 그 철학을 존중한다


그저 개인적으로 아쉬웠을 뿐이다




어찌되었든, 의미심장한 스토리의 떡밥을 기대하고 플레이 해보려는 게이머들에게는 프로테우스를 딱히 추천하고 싶지 않고,


한적한 공간에서 게임으로 멘탈 케어를 받고 싶다하는 게이머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추천한다